관리 메뉴

CINEMATHEQUE DE M. HULOT

웨스턴을 보러 갈까요 - 버드 보티커의 <외로이 달리다> 본문

영화일기

웨스턴을 보러 갈까요 - 버드 보티커의 <외로이 달리다>

Hulot 2023. 8. 4. 17:21


버드 보티커는 수십 편의 B 영화를 만들었고, 복수와 정의의 주제를 결투라는 서부극의 의식으로 가장 단순하고 추상적인 차원으로까지 승화시킨 작가다. 오늘 상영하는 <외로이 달리다>의 매력에 대해서는 서부영화로서도 중요하지만, 폴 슈레이더가 각본을 쓰고 그가 연출한 <택시 드라이버>(1976)와 같이 도심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도 중요한 작품이라 영향력을 말하는 마틴 스콜세지의 다음과 같은 글을 참고하면 좋겠다.


“<외로이 달리다>의 외로운 주인공 스콧은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해낸다. 나는 세상이나 만물로부터 홀로 동떨어져 있는 이 영화의 인물을 많은 젊은 배우들에게 레퍼런스로 언급하곤 한다. 서부영화 역사의 정수에 있는 이 방랑자라는 역할은 황야 한복판에서 본인의 의지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낸다. 당신은 방랑자라는 개념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질문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인들이 자신의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신화적 개념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최초이자 가장 유명한 예로는 허먼 멜빌의 『백경』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이 영화는)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율과 그 여백을 통해 서사시적인 감성을 더할 뿐 아니라 ‘덜 구성해 더 펼쳐지게’ 만든다. 넓은 스크린의 남은 공간은 캐릭터를 더욱 외롭고 아주 작게 만들기도 하지만 <외로이 달리다>의 결말은 두 개의 매우 강력한 감정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독특한 힘을 지닌다… 많은 영화들이 훌륭한 오프닝 장면을 갖고 있고 당신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감독과 작가의 생각을 볼 수 있다. 이건 어떤 출발점이지만 이 한 장면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서 모든 다른 장면들이 여기에서 시작한다거나 이 장면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버드 보티커와 랜돌프 스콧의 영화에서 좋은 점은 영화 속 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그물망을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 느리고, 무심하고, 조용하고, 친밀하게 영화를 전개시킨다는 것이다.”



2014년, 시네마테크에서 처음으로 버드 보티커의 회고전을 개최했다. 오랜만의 상영이니 고다르가 그의 데뷔작의 한 장면에서 보티커의 영화를 오마주하며 말했던 것처럼, “우리, 웨스턴을 보러 갈까요.”



08.04.20h.외로이 달리다 Ride Lonesome (1959) 버드 보티커(Budd Boetti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