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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올해 ‘로카르노 인 서울’ 영화제 상영작중 추천하고 싶은 스위스 작품 중의 하나는, 이미 15년전의 작품이지만 여전히 데뷔작의 신선한 빛을 잃지 않고 있는 안드레아 슈타카의 ‘젊은 여인’(2006)이다. 영화속 자주 등장하는 춤추는 장면이나, 두 여인이 눈길을 뛰어가는 순간, 무엇보다 스위스의 풍경을 예민한 감각으로 담아낸 장면들이 여전히 신선하고 아름답다. 지난해 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한 최근작 ‘마레’(2020)와 마찬가지로 안드레아 슈타카 감독의 일관된 주제는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타인의 삶-그녀의 2014년작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을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다. 추방과 유배, 국가와 문화를 오가는 이민자 여성의 삶에 다가가는 그녀의 영화에서 크로아티아 출신의 배우 마리야 스카..
트럼프 시대에 미국에 뒤늦게 도착한 알랭 타네의 영화를 소개하면서 한 미국 평론가가 했던 질문은 지금도 유효해 보인다.이를테면 돈이 지배하는 이 자본주의 세계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역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환멸을 어떻게 다뤄야만 할까, 당신의 가장 깊은 꿈에 반하는 사회에서 당신은 어디에서 자유와 꿈을 추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들 말이다. 알랭 타네의 영화는 순응과 경제적 안전보다 자유로운 무언가를 추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랑을 원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길 원하고, 그들을 지탱하는 꿈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하여,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어리석은 유토피아에 몰두하지 않으면서 현실과 더불어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브레송 영화의 영향력에 대해 많이 언급하지만,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서 도시를 떠도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로셀리니의 ‘독일영년’의 에드문트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다. 다르덴 형제는 로셀리니가 전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이 사랑으로 누군가를 따르고 그의 모든 발견과 인상을 지켜보는 것으로 구성되었다고 말했던 것을 충실히 계승해, 폐허 속을 걷는 로셀리니의 아이처럼 공동체 붕괴 후의 약속 없는 세계에 놓인 아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10.22.(Fri) 20:00 독일 영년 Germania, anno zero / Germany Year Zero (1948) 로베르토 로셀리니 / Roberto Ross ellini 제2차 대전직후 폐허가 된 베를린을 무대로 세상에 내던져진 한 소년의 정신적 방황을 다룬 작품. 이..
지난해 ‘브루노 간츠 회고전’을 하면서 ‘비투스’(2006)를 상영하긴 했지만, 다니엘 슈미트, 알랭 타네와 더불어 1960년대 스위스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스위스 뉴웨이브’의 기수인 프레디 M. 뮈러 감독의 영화는 아직까지 제대로 소개될 기회가 없었다. 내일 ‘로카르노 인 서울’의 개막작으로 그의 대표작 ‘산불Höhenfeuer’을 상영하는 것은 그래서 기쁜 일이다. 필견의 작품이다. 1985년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이른바 ‘산 삼부작 The Mountain Trilogy’을 이루는 두 번째 작품으로 나머지 두 편의 작품-1974년작인 ‘우리 산 사람들-우리가 산에 사는 것은 우리 탓이 아니다’와 1990년작 ‘초록의 산’-은 모두 스위스 산악 지대를 무대로 사람과 자..
원래 여름 즈음에 했을 강의인데, 코로나 상황으로 미뤄져 가을에 대전 아트시네마에서 10월 18일(월)부터 ‘여행하는 영화’라는 주제로 네 번의 강좌를 합니다.여행이 쉽지 않은 때에 세상을 향한 민감한 개방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영화-여행에 대해, 그리고 여정과 연결되는 영화의 창조과정에 대해 가볍게 살펴보는 강좌입니다. 여행(자)의 민감한 경험을 영화와 관련해 탐구하면서 이 강의는 존재의 상태, 행복의 순간, 그리고 세상과의 접촉의 개념을 정의하고, 타인과의 민감한 관계가 어떻게 영화-여행(자)를 변화시키고 그의 감정, 정체성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1강. 영화라는 이동기계. 외경과 국경 없는 여행. 웨스턴. 로드 무비의 지오그래피. 2강. 여행이라는 모험. 전후의 관광 영화에서 안토..
“화가의 작업은 영화 감독의 작업과 완전히 대조되는 고독한 과정입니다. 시간도 화가에게는 다릅니다. 화가는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감독의 시간은 산업 공정에 더 가깝습니다. 그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고 개인 시간의 특권이 없습니다. (영화작업의 시간은) 집단의 시간이며 돈으로 계산됩니다.” 화가 안토니오 로페스는 햇빛을 받으며 빛나는 모과 나무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화폭에 담기 위해 많은 시간을 그의 정원 앞에서 보낸다. 하지만, 매일 독자적인 속도로 성장하고 날씨가 불안정한 가을 마드리드의 태양 아래에서 순간마다 변모하는 햇빛 속의 모과나무를 그림의 형상으로 화폭에 옮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빅토르 에리세는 화가의 이 불능의 창조행위..
무주산골영화제가 출간한 작고 예쁜 보라색 표지의 ‘정치와 저항의 시네아스트-클레베르 멘돈사 필류’를 오늘 받아 읽다가, 올해 칸 영화제서 그가 했던 발언과 지난주 브라질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일에 대해 덧붙여 말하고 싶어졌다. 올해 칸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멘돈사 필류는 기자회견에서 브라질 시네마테크가 처한 재정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세계 영화인의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해 브라질 시네마테크는 재정 지원 중단으로 문을 닫았다. 모든 기술자와 전문가가 해고 됐고, 시설은 방치되었다. 멘돈사 필류는 이러한 상황이 문화와 영화에 대한 경멸의 증거라며 정부에 보존의 사원인 시네마테크에 지원을 요구했다. 그의 경고와 우려가 지난 주에 현실로 벌어졌다. 지난 7월 29일 목요일, 상파울루의 브라질 시네마테크 창..
“우리가 사랑하는 질산염 필름처럼, 세상에는 35mm IB 테크 필름이 한정되어 있습니다…(그러므로) IB Tech 프린트가 상영되는 것을 볼 만큼 운이 좋은 호기심 많은 관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시네마테크에서 고전 영화를 봐야할 수 많은 이유 중에 하나가 단지 ‘재밌다’는 것일 뿐이다. 내일(수) 상영하는 하워드 혹스의 ‘하타리’는 그 단 하나의 재미 외에도, 이 영화가 35mm IB Technicolor 필름 프린트-절멸한 컬러 방식이다-로 상영된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이 희귀한 프린트는 미국의회도서관에서-미국 의회는 이런 일도 한다- 수집한 것으로, 김숙현 프로그래머가 이 프린트를 상영하기 위해 주고 받는 메일에 따르면, ‘하타리’의 35mm 필름을 원래 소유하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