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코 펠리니와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거대한 회고전을 지나 7월 30일부터는 시네마테크의 여름 행사인 ‘2010 시네바캉스 서울’이 개최됩니다. 이번에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매혹의 아프로디테’라는 주제로 마를렌느 디트리히부터 스칼렛 요한슨에 이르는 다양한 배우들이 연기한 영화들 30여 편이 상영됩니다. 193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다양한 영화들에서 굳이 일관된 주제나 테마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엄격한 규정도 없습니다. 마치 서재에 있는 책들을 자유롭고 임의적으로 선택해 한 구절을 읽는 것처럼 이들 영화와 자유롭게 만나 새로운 발견의 기회를 얻기를 기대합니다.

 

예로부터 비평가들은 종종 배우들의 이상한 최면효과에 대해 말하곤 합니다.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만의 아프로디테를 손꼽곤 합니다. 영화역사의 초기부터 비평가들은 직업적인 냉철한 논리를 죽이고 여배우들에 대한 숭배의 감정을 열광과 경이로움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망설임 없는 열정 같은 것입니다. 영화감독들 또한 영화의 새로운 감성의 영토를 개척하기 위해 여인들과 작업을 했습니다. 가령, 잔느 모로와 안나 카리나는 누벨바그의 대표적인 히로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쿨한 트럼펫 소리가 도시의 어둠에 깔리고, 마치 그 리듬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잔느 모로는 샹젤리제 밤거리를 느릿느릿 걸어갑니다. 잔느 모로를 유명하게 만든 루이 말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1958)의 한 장면입니다. 잔느 모로는 도시의 황량한 풍경을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영화에 새로운 영혼을 담아냅니다. 그녀의 표정 뒤에는 무언가 내면 깊숙한 영혼의 떨림 같은 것이 숨어있습니다. 흐트러진 머리, 두툼한 입술, 무감한 표정, 허스키한 보이스, 독특한 멜랑콜리한 분위기는 배트 데이비스에 견줄만한 것이었습니다. 잔느 모로는 또한 루이 말의 <연인들>(1958)에서 관습, 제도, 억압, 클리세, 모럴에 역행하는 거침없는 감성을 보여줍니다.

 

안나 카리나에의 매혹 또한 그러합니다. 특히나 고다르와 안나 카리나의 관계는 각별합니다. 이들의 관계는 그리피스가 릴리언 기쉬에게, 조셉 폰 스턴버그가 마를린 디트리히에게, 로셀리니가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안토니오니가 모니카 비티에게 했던 헌신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 명의 영화감독이 한 배우에 감동해 그녀가 지닌 모든 능력들을 영화에 담아내기 위해 헌신한 영화의 역사 말입니다. 고다르가 예술에 빠진 피그말리온이었다면 안나 카리나는 그가 만들어낸 조각상 갈라테아로인 것입니다. 고다르가 <영화의 역사>(88-98)에서 마네의 그림에 안나 카리나의 얼굴을 기입하는 것처럼 그녀의 얼굴에는 회화적 이미지로 향하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물론 그녀는 도주의 손금을 지닌 여인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안나 카리나에게는 두 개의 선이 있는데, 그 하나가 제스처와 포즈, 얼굴로 향하는 내적인 선이라면 또 다른 하나는 움직임과 퍼포먼스, 그리고 샹송으로 향하는 외적인 선입니다. <미치광이 피에로>(65)에서 안나 카리나는 피그말리온의 갈라테아이자 마리안-르누아르이며 마네의 여인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모델이자 장 르누아르를 영화로 이끈 여인, 그러니까 회화적 이미지와 영화적 전통의 상속녀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녀는 마네의 여인들이 그러하듯 사유의 형상이기도 합니다. 매혹의 아프로디테들과 함께 즐거운 바캉스가 되었으면 합니다.(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ps.  개막하는 날 우디 앨런의 <또 다른 여인>의 상영때 시원한 맥주를 드리니 많이들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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