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Tags
- 배창호 영화감독
- 최선의 악인들
- 박찬욱
- 하워드 혹스
- 오승욱
- 시네마테크 사태
- 고다르
- 존 카사베츠
- 류승완
- 프랑수아 트뤼포
- 시네마테크 공모
- 아녜스 바르다
- 존 포드
- 버스터 키튼
- 오승욱 영화감독
- 영진위
- 시네마테크
- 김성욱
- 서울아트시네마
- 웹데일리
- 2008시네마테크의친구들영화제
- 오즈 야스지로
- 이두용
- 최후의 증인
- 에릭 로메르
- 시네바캉스
- 배창호
-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 페데리코 펠리니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Archives
- Today
- Total
CINEMATHEQUE DE M. HULOT
대만 뉴웨이브를 다시 보다 본문
그들은 어떻게 대만의 역사를 새롭게 창조했나? 2005.08.23 / 김성욱(영화평론가) * 2005년도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대만영화제'에 관련해 '필름2.0'에 썼던 글을 참고로 올립니다.
대만 사회의 미시적인 관찰자 에드워드 양은 허우 샤오시엔과 동년배(둘은 모두 1947년생이다)이며 같은 ‘외성인’(중국 본토에서 태어났다가 대만으로 건너온 사람들)이지만 그와는 사뭇 다른 방식과 방향으로 대만의 역사와 이야기를 풀어낸 감독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허우 샤오시엔이 대만의 토착적인 생활 풍습을 즐겨 영화로 표현한 반면 에드워드 양은 다소 코스모폴리탄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가령 그의 대표작인 <공포분자>(1986)는 대만 사회를 투영하고 있지만 대만이라는 풍토감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작품으로 차라리 서구의 영화, 특히 안토니오니의 황량한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에드워드 양은 대만이 근대 국가임을, 그리고 대만이 뉴욕이나 LA와 같은 대도시와 공통의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의 영화는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와 달리 인간과 인간의 소외, 엄격한 경계, 도시의 냉엄한 정경을 이미지에 담아낸다.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가 대지에 정박해 있다면(초기와 중기작이 그러하다), 에드워드 양의 영화는 대만 사회가 농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이동했으며, 그럼으로 해서 문화의 변경,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발생했음을 잘 보여 준다. <공포분자>, <고령가 소년살인사건>(1991), <마작>(1996) 등의 작품에서 그는 대만인들의 단절된 일상의 삶, 부유하는 모습들, 젊은이들의 혼란과 좌절을 그린다. 그는 대다수의 대만인들이 늘 미래를 걱정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그의 카메라는 현미경처럼 보고는 있지만 결코 세밀하게 관찰하지 않는 대만 사회의 어두운 곳을 드러낸다. 물론 에드워드 양 또한 나름의 방식으로 대만의 역사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보여 주기는 했다. 이는 60년대에 대만에서 실제로 발생한 14세 소년의 소녀 살인사건을 다룬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서 엿보인다. 이 영화는 외성인 2세들의 상황과 운명에 대한 그 나름의 해석을 담고 있다. 그는 대만 사회에서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외성인들의 비극을 일종의 소수자의 고립감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에드워드 양은 또한 아시아가 현재 끔찍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경제나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문화의 문제다. 1994년 작 <독립시대>는 그런 혼란스런 문화에 대한 자기 반성이 담겨 있다. 에드워드 양은 대만의 사회, 정치, 역사의 문제, 중국 본토의 위협, 미국화와 소외의 문제를 통해 삶의 의미와 정체성에 대해 질문한다. 지적이면서도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이런 섬세한 이야기 구성과 분리된 이야기를 일관된 전체로 엮어내는 복잡한 구성은 <하나, 그리고 둘>(2000)에서 탁월한 미학적 성취를 이뤄낸다. 역사와 호흡한다 허우 샤오시엔의 첫 번째 역사 의식이 투영된 영화는 <샌드위치 맨>이다. 대만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는, 전문적인 기술도 없고 게다가 문맹인, 그래서 생계를 위해 ‘샌드위치 맨’이 된 사람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그려낸 이 영화로 허우 샤오시엔은 그간의 오락영화에서 탈피해 대만 뉴웨이브에 동참하게 된다. 이어 허우 샤오시엔은 <펑쿠이에서 온 소년>(1983), <동동의 여름방학>(1984), <동년왕사>(1985), <연연풍진>(1986) 등과 같은 청소년을 주제로 만든, 다소 자전적인 색채를 띤 영화를 만들었다. <펑쿠이에서 온 소년>은 아마도 허우 샤오시엔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기록될 만한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 할 만한데, 비록 대만에서 흥행과 비평에서 완전 실패했지만(오해와는 달리 이 네 편의 영화는 해외에서의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모두 대만에서 비평과 흥행에서 실패한 영화였다), 감독 스스로는 생애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영화였다고 술회한다. 그는 이전까지는 창작 과정에서 그저 대본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 작품을 계기로 어떻게 화면을 구성할 것인지, 어떻게 영화의 형식을 만들어낼 것인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또한 특유의 관조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동년왕사>는 그가 가족, 부모, 자신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고, 지난 세대가 처한 환경과 심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영화이기도 하다. 끔찍한 고독 차이밍량은 자신의 영화가 대만 사회에 근거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은 혼자 있을 때 사람들의 모습, 그들의 아픔과 소외라 말한다. 그의 영화는 이러한 아픔과 소외를 가족 붕괴의 이야기를 통해 그려낸다. <하류>가 감정의 붕괴와 가족의 해체를 보여 준다면, <구멍>은 두 주인공이 한 집을 배경으로 한 황량한 세계 종말의 모습을, <지금 거기는 몇시니?>(2001)와 <안녕 용문객잔>(2003)은 극단적인 외로움과 고독의 숙명을 보여 준다. 차이밍량의 영화는 인물의 실존적 고독을 그려내는데, 이는 너무나도 빠른 세계의 속도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에서 오랜 지속 시간의 장면은 이런 속도로 인해 발생한 고독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래된 고독은 가족 붕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여기서 ‘섹스’는 인물의 고독을 잠시 달래줄 수 있는 마취제와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영화에서 감정이 동반되지 않는 섹스는 여전히 허전하고 황량할 뿐이다. 차이밍량은 이전의 대만 감독들이 다룬 역사와 사회에 대한 집단적인 기억 대신에 신체에 각인된 인물의 감정들을 아주 세밀하게 표현해낸다. 아마도 여기에 그의 영화의 새로움이 있을 것이다. 다시, 햇빛 찬란한 날에 다큐멘터리 <우리의 시대, 우리의 이야기> 말미에서 한 대만 비평가는 대만의 영화가 국제 영화제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오히려 대만 국내에 부정적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대만인들은 국제영화제 수상작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한 영화들이라고 입을 모은다는 것이다. 따라서 80년대 초에 시작된 대만 뉴웨이브를 기념하는 ‘대만 뉴웨이브 영화제’는 회고적으로 과거의 사건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그리고 미래를 위한 되돌아보기 행사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최근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그는 현재 단순한 영화감독이 아니라 영화 조직과 정치 운동의 호소자이고, 극장의 운영자이며 영화 제작자이자 배급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대만의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만 뉴웨이브의 충격은 이렇듯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다. |
'영화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이별을 고할 때마다 - 데릭저먼 특별전 (1) | 2008.06.27 |
---|---|
대만 뉴웨이브가 남긴 것 (1) | 2008.06.15 |
2008 2회 대만영화제 (0) | 2008.06.15 |
영화는 삶에 빛을 비춰주는 작은 손전등 같은 거지- 배창호 감독 인터뷰 (0) | 2008.06.15 |
배창호 특별전 개막식과 꼬방동네 사람들, 그리고 윤성호, 양해훈의 오마주 (0) | 2008.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