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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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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

떠나지 않는 삶

Hulot 2009. 5. 3. 09:17
비가 내리는 걸 지켜보다, 문득 한달 전쯤에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아시아 독립영화들을 소개하는 행사에 갔던 일이 생각났다. <리버 피플>의 상영이 있었고 감독과 간단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허 지엔준이라는 중국의 영화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황하강 유역의 작은 마을을 촬영했다. 고기를 잡는(그 일외에 달리 할게 없는)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나 도시로 떠나려는 이야기다. 그 먹먹한 강이 떠올랐던 건 아마 비 때문이었을텐데, 사실, 지난 주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작가를 만나다'에서 상영했던 강미자의 <푸른 강은 흘러라>를 보며, 이 영화를 또한 떠올렸다. 떠나는 자와 남아 있는 자의 이야기, 딱 그런 설정이 유사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문득 떠나는 일들이 그리웠던 탓일까. 아니면, 떠나지 않고 살고 싶은 것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리버 피플>은 <북극의 나누크>를 황하로 옮긴 듯한 그런 영화다. 아니, 장 루슈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황하강 유역에 있는 2천여명 정도의 사람들은 평생 강에서 고기를 퍼올리다 생을 마친다고 한다. 감독은 산을 찍으러 가던 중에 정작 강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 이끌렸다. 거의 사계절을 담았는데, 겨울이 찾아오면서 황하강이 얼어버리는 통에 고기를 잡지 못하면서 그들의 생계 또한 어려워진다. 마을을 떠나는 젊은이들도 보인다. 하지만, 봄이 다시 찾아오고 강에는 고기가 넘쳐난다. 강이 메마르지 않는 한 사람들도 그 곳을 떠나진 않을 것이다. 감독은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떠나지 않고 사는 삶은 불가능할까? 강미자 감독의 <푸른 강은 흘러라>를 보면서도 그 비슷한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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