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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작은 사람들의 큰 감정 - 파스빈더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본문

영화일기

작은 사람들의 큰 감정 - 파스빈더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Hulot 2023. 5. 15. 21:37

Fassbinder:&nbsp;Berlin&nbsp;Alexanderplatz&nbsp;(1980)

 

"사랑은 가장 교묘하고 효과적인 사회적 억압의 도구인 것 같습니다."

-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알프레트 되블린(Alfred Döblin)이 1929년에 출판한 소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파스빈더의 개인적, 작가적, 정치적 발전에 가장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파스빈더는 1980년, 생애 거의 마지막 시기에 이 작품을 텔레비전 연속극으로 영화화했다. 방송 전날, 파스빈더는 ‘나는 비버코프다’라고 선언하며, 되블린의 소설이 자신의 영화 경력에 어떻게 중심적인 창작 동력이 되었는지, 소설이 어떻게 ‘인생의 대본’이 되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설을 통해 어떻게 동성애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는지 설명했다. 파스빈더는 열네 살 때 처음 되블린의 소설을 접했다고 한다. 이후 이 작품은 그의 모든 작품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영향을 주고, 작품에 독특한 색을 입혔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Berlin Alexanderplatz>(1980)은 알프레드 되블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에필로그가 포함된 총 14개의 에피소드, 15시간 39분 분량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독일 미디어 역사상 가장 길고, 가장 비싸고, 가장 널리 알려진 텔레비전용 영화로, 당시 2천만 명의 서독 국민이 이 영화를 시청했고, 더불어 언론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대중이 참여해 제작사, 잡지, 신문에 편지와 탄원서를 보내며 이 드라마에 대한 지지와 분노를 표명하는, 길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논란의 핵심에는 작가 파스빈더 개인을 둘러싼 논란-성정체성, 독일 적군파와의 관련성 등-뿐만 아니라, 영화적 형식과 대중적 수용의 역할, 독일 영화 제작과 생산에서 국가의 역할, 그리고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를 결합한 정치화된 멜로드라마의 형식을 둘러싼 논의들이 있다. 넷플릭스 시대에 더 흥미롭게 살펴볼, 텔레비전 영화와 극장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른바 ‘양서류 영화’와 관련한 문제 또한 주목할 만하다. 
파스빈더가 ‘자전적 영화’라 부른 이 작품에는 그의 평생의 강박적 주제인 감정 착취의 가능성, 특히나 더글라스 서크의 영화를 빌어 말했던 스크린에서 사람들의 평범한 감정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 즉 작은 사람의 큰 감정을 세상에 대한 장대한 서사시로 담아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소격동 시절’을 마감하던 2005년 ‘파스빈더 회고전‘에서 한글 자막 없이 16mm 필름으로 첫 상영했지만 이후 상영이 쉽지 않았다. 근 18년만에, 복원된 디지털 버전으로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다시 상영한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Berlin Alexanderplatz>(1980)

05.16. Tue 
13:00  베를린알렉산더광장1~2 (140min)
16:00  베를린알렉산더광장3~5 (180min)
05.17 Wed 
13:00  베를린알렉산더광장6~7 (120min)
15:40  베를린알렉산더광장8~10 (180min)
05.18 Thu 
13:00  베를린알렉산더광장11~13 (180min)
16:40  베를린알렉산더광장14(111min) +시네토크 김성욱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3일간 총 6회로 나누어 상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