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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해롤드 로이드의 영화를 상영했던게 시네마테크의 낙원시절인 2007년 이맘때다. '미국 무성영화의 위대한 배우들'이란 제목의 특별전에서 해리 랭던, 버스터 키튼의 작품들과 함께 해롤드 로이드의 영화를 상영했다. 미국 무성영화의 위대한 배우들' 특별전은, 후일 거장이 되는 프랭크 카프라 등과의 협업으로 천진무구한 개구쟁이의 이미지로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빈 초기 영화의 스타 해리 랭던, 루이스 부뉴엘이나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20년대 초현실주의자들마저 열렬한 사랑을 고백했던 아크로바틱 개그의 위대한 배우 겸 감독 버스터 키튼, 그에 버금가는 속도와 서스펜스를 주특기로 채플린처럼 페이소스 넘치는 현대인 상을 그려낸 해롤드 로이드의 출연작들을 소개하는 귀한 기회입니다. 또, 이번 특별전에서는 더글라스 페어뱅크스와..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함께하는 ‘2023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가 2월 16일부터 시작합니다. 올해 개막작은 (2020)를 만들었던 수잔나 니키아렐리의 신작 (2022). 13세기 실존했던 아시시의 성녀 클라라의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감독의 말을 빌자면 이 작품은 ‘급진적인' 그녀 삶의 정신적 측면이 아닌 정치적 측면을 재발견하는 것으로, 신앙과 종교의 신비가 아닌 프란치스코회의 신념과 실천이 세속적 사상에 끼친 영향, 재생의 에너지, 젊음의 전염적 열의, 그리고 혁명의 비극적 성질을 전합니다. 수산나 니키아렐리는 팬데믹의 시기에 집에 갇혀 있으면서 두려움, 질병, 고립이 있던 중세 이야기의 긴급성과 급진성, 공동체 개념에 대한 재고, 집단의 일부로서의 삶에 대한 생각과 주제가 오늘날의 세계와 밀접..
이상한 일이지만, (박홍열, 2022)의 오프닝과 마지막의 텅빈 공간과 건물이 마음이 남았던 것은, 생각해보면 그 곳이 지극히 평범하기 때문이다. 경험의 장소가 모두 기억의 장소로 남는 것은 아니다. 이런 범용한 공간은 그럼에도 진지한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 다양한 감정이 남겨진 기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좋은 영화는 늘 미지성을 동반하는 친밀한 곳으로 관객을 다가가게 한다. 이를테면, 아이들은 주로 도토리마을 방과후 건물 지층에서 뛰어노는데 오프닝과 마지막에서 우리는 그런 아이들이 사라지고, 비어있는, 텅 빈 공간과 마주한다. 오프닝에서, 이 비어 있음은 심지어 유일한 장면전환 효과인 디졸브로 시각화되어, 기억의 잔상을 남긴다. 이때 잔상이란 앞서 말했듯, 실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특이적이지..
(2022)의 오프닝을 우연히 다시 보다가 서울극장에서 정동길로 이어지는 플래시백 장면에서 마찬가지로 우리들 기억 속의 시간이 기묘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말하자면, 영화를 보는 경험이 만들어내는 가시화된 이미지의 경험, 즉 특이한 기억을 낳는 힘에 대해서 말이다. 이 영화를 제작할 당시에 감독은 서울극장이 폐관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 오프닝과 라스트에서 영화속 인물들이 극장 앞에서 과거의 만남과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을 것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들의 기억을 공유할 영화(관)은 여전하다. 아니, 그럴 거라 믿었을 것이다. 죽음과 부활의 기획. 하지만, 정작 2022년 이 영화가 공개될 때에 서울극장은 폐관했고, 기억을 떠올릴 장소가 사라졌다. 인간적 관..
연말에 소개하는 포르투갈 영화는 다양하고 새롭다. 미구엘 고메스의 신작인 , 에릭 로메르의 연극 극본을 바탕으로 한 히타 아세베두 고메스의 , 올해 세상을 떠난 철학자이자 미술 비평가인 장 루이 셰페르가 참여한 , 새로 주목받는 두 신예감독의 데뷔작, 베를린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관객을 독특한 영화적 경험으로 안내할 독특한 퍼포먼스 영화 , 아홉살 소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가족, 이민, 신비주의, 트라스-우스-몽투스 문화에 관한 초상 , 그리고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결합을 시도한 포르투갈 무성영화의 대표작 , 두 편(무성영화 포함)의 복원된 클래식을 상영합니다. 2022 포르투갈 영화제 Portuguese Film Festival 12월 14일(수) ~ 22일(목) 내림 마장조 삼중주 O Trio ..
“어떤 전통예술도 영화만큼 잠재된 것과 획득한 것 사이의 불균형이 크지는 않다. 영화는 다른 어떤 형태로 인간을 표현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사람을 자극할 수 있으며, 또 무엇보다도 효과적으로 사람을 마비시키기도 한다...영화는 자유 정신에 맡겨진 훌륭하고 위험한 무기이다. 영화는 생각, 감정, 본능의 세계를 표현하는 최상의 매체이다. 내가 영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을 일깨우는 것, 그리고 모든 사람이 가장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려는 체제순응주의의 모든 규율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루이스 부뉴엘) 2000년, 그의 탄생 백주년을 기념해 처음 개최한 회고전 이후 17편의 작품을 상영한 2005년의 대규모 회고전, 멕시코 시절의 작품을 상영한 2008년의 미니 회고전 이후 오래간..
미클로시 얀초의 영화 중에서 은 종종 간과되는 작품이지만, 68이후 공개된 이 영화의 정치성이 꽤 복잡한 논란을 낳았던 것처럼, 반대로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안쵸의 ’레드 모더니즘’ 혹은 그의 정치학은 영화의 사회적 잠재력을 믿은 루카치의 ‘도그마는 창조적 맑스주의의 최대의 적’이라는 주장에 근거한다. 정치에의 예술적 참조는 실은 상극적인 것들의 만남을 끝없이 조직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대결'이라 불리는 제목은 그러므로 영화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불러온다. 원제는 좀더 시적인 표현으로 '반짝거리는 바람' 혹은 '맑은 바람'에 가깝다. 영화 상영 후, 이 영화의 다양한 ‘무브먼트’(가능하다면 정치성과 미학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11월 20일(일) 16h 대결(Fényes szelek / The C..
‘고다르 회고전’ 이후 18일부터 제대로 소개될 기회가 적었던, 최근 디지털로 복원된 헝가리 클래식 대표작을 소개합니다. 1956년 칸 영화제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에 프랑수아 트뤼포가 항의를 하기도 했던 졸탄 파브리의 걸작 , 국제적으로 소개된 헝가리 뉴웨이브의 첫 번째 작품이자 파솔리니가 그해 최고의 작품 중의 하나로 꼽은 이슈트반 갈의 (1964), 이슈트반 서보의 데뷔작이자 동시대 젊은이의 딜레마와 무드를 포착한 뉴웨이브 대표작 (1965), 레드 모더니즘의 대표작가 미클로시 얀초의 (1968)과 (1971), 그리고 젊음의 반항과 개인적, 역사적 기억을 자전적 일기 형식으로 그린 마르타 메자로스의 아름다운 작품 (1982)를 상영합니다. Restored Hungarian Class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