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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지나 롤랜즈와 존 카사베츠 본문
"10년,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저는 처음에 큰 재능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추진력을 잃은 영화 제작자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들이 열정이 소진됐다고 말하는게 아닙니다. 결국 시스템과의 싸움에서 지게 되는 것이죠. 그게 핵심입니다. 화가가 되든 건축가가 되든, 시스템과 싸우는 건 결국 그 시스템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이 꾸준히 참여하고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규범과 할리우드 시스템 바깥에서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존 카사베츠의 작업을 시스템과의 전쟁으로만 여기는 것은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단순화하는 행위일 것이다. 카사베츠의 말대로 시스템과 싸우는 것이 때론 그 시스템에 자신이 동참하고 싶거나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열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의 혁신은 시스템에 대한 욕구불만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의 작업과는 다른 필요에서 나왔다. 그는 흥미로운 것을 촬영하기 전에 흥미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하려 했다. 가깝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비밀, 친밀한 삶을 영화에 담고자 했고, 그것을 친구 및 가족과 함께 작은 사업으로 실천했다.
존 카사베츠 영화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 주부터 그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상영하기 때문이다. 올해 세상을 떠난 지나 롤랜즈를 기억하는 상영이지만, 2020년 시네마테크 아카이브로 마련한 존 카사베츠 영화의 판권이 올해로 끝나기에 일종의 고별 상영이기도 하다. 코로나 감염확산의 때인 2020년 4월에 셜리 클라크의 작품과 함께 존 카사베츠 회고전을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상영을 지속해 왔다.
‘시네마테크 아카이브’에 대해 조금 부언하고 싶다. 이 아카이브의 목적은 보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영화를 더 많은 이들에게 자주 상영하기 위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의 작품을 볼 때까지, 그리고 매번 다시 그의 영화를 발견하기를 기대하면서 내내 상영하기 위함이다. 도서관이나 미술관의 컬렉션처럼 고전 영화를 더 널리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서울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이 작품들을 상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시네마테크 아카이브에서 구입한 영화들은 부산, 대전, 강릉, 대구, 청주, 제주 등 다양한 지역의 시네마테크에서 상영, 재상영되었다.
처음엔 35mm 필름으로, 최근에는 디지털 포맷으로 컬렉션을 확보했다. 아카이브의 재원은 영화인들의 후원, 서울아트시네마의 자체 구입,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시의 지원 등 여러 경로로 마련되었다.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시네마테크 지원을 중단하면서 시네마테크 아카이브 사업도 중단되었고, 이후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카이브 사업은 복원되지 않았다. 이후 서울시를 통한 아카이브 지원사업을 마련했는데, 이 또한 올해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종료되었다.
과거에는 ‘시네마테크 부산’도 매년 아시아 영화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나루세 미키오, 마스무라 야스조 등의 영화가 필름 아카이브로 마련됐다. 서로 아카이브 교환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이유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해당 사업이 중단되면서 시네마테크의 고전 영화 컬렉션도 사실상 멈춘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당연히 좋지 않은 일이다. 아카이브 컬렉션은 위대한 영화를 언제든지 반복해 다시 관객이 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는 플로우가 아니라 스톡Stock, 즉 300편의 영화를 매일 흘러 보내는 것과는 다른 10편의 영화를 일년 내내 상영하기 위한 것이다. 소수의 예외적인 관객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을 위한 것이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영화는 플로우가 아니라 스톡이다. 그리고 스톡 없이 재상영과 재발견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영화 예술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단 한 번의 인상으로 영화를 평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물론, 그런 학자나 평론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이들의 판단을 믿기보다는 작품을 매번 편견 없이 ‘영화를 보러다니는 평범한 이들‘(장 루이 셰페르)의 존재가 극장에는 중요하다. 언제든 재측정을 통해 개인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는 시네필은 신뢰할 수 없는 이들이다.
그래서, 존 카사베츠 영화에 대한 찬사가 동시대 해외 감독에게서 나왔던 것이 반가운 일이었다. 지난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참여하면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존 카사베츠 영화를 네 편 추천하면서 이런 메일을 보내왔다.
“존 카사베츠 영화를 네 편 선택한 것은 처음 그의 영화를 만나는 관객이 한 편만 본다면 오히려 그의 영화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영화를 (자신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는, 그의 영화가 필요한 관객이 분명 있으리라 확신합니다."(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 또한 존 카사베츠 영화를 보면서 비평과 영화 작업이 열망이 생기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카사베테스의 영화를 볼 때마다 마치 고열과 같은 강한 감정에 휩싸인다. 할 수만 있다면 그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싶지만, 말이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한 번 더 보고 싶어지고, 나도 모르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특히, <오프닝 나이트>의 후반부는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계속 놀라고 있습니다.”
그의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을 누군가를 위해 언제든 영화를 상영하고자 마련한 것이 ‘시네마테크 아카이브’이다. 당분간 일상적인 관람이 어려운 점이 아쉽다. 아카이브를 새롭게 마련하기 위해 다른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다. 봄에 피어날 씨앗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분이지만, 끝이란 카사베츠의 대부분의 작품에서처럼 하나의 생각, 복잡한 기호, 표현의 체계다.
지나 롤랜즈와 존 카사베츠 Gena Rowlands & John Cassavetes | 12월 4일(수) ~ 8일(일)
<그림자들>(1959), <얼굴들>(1968), <영향 아래의 여자>(1974),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1976), <오프닝 나이트>(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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