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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어느 누구의 집에도 아주 쉽게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먼저 신발을 벗어야 합니다.” 타인의 삶에 대해 손쉽게 말하고 글을 적고 촬영하고 판단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말하자면 남의 집에 신발을 벗지 않고 들어가는 무례한 침입자와도 같은데, 물론 요즘에는 텔리비전이든 소셜 미디어에든 스스로 자신의 집을 드러내보이고 전시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으니, 누군가의 집 안에 이미 손쉽게 들어서고 있고 때론 그것을 권리처럼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타인의 집에는 벽도 있고 문도 있기에 그 안에 들어서려면 누구나 문턱을 넘는 시도를 해야한다. 때로 누군가 떠난 빈 집이거나 재난으로 벽도 문도 없는 폐허가 된 집이라도 그렇게 손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
에릭 로메르 전기가 을유문화사 ‘현대예술의 거장 시리즈’로 번역출간됐다. 이 비밀스런 작가의 생애는 그가 세상을 떠난후 남긴 대략 140개의 서류박스에 담긴 200편이 넘는 자료들 덕분에 쓰여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숨긴 비밀스런 로메르의 영화와 삶을 우리 눈앞에 나타나게 하는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추천의 글을 썼다. ... 사라지는 영화 ‘습관의 논리에 통제되는 모리스 세례의 가족생활은 전기 작가에겐 흥미로울 게 거의 없다’고 책의 저자인 앙투안 드 베크와 노엘 에르프는 말한다. 이 논리를 따르자면, 10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흥미로울 게 전혀 없는 평범한 대작가의 초상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부언하듯 이런 평범한 삶에 이야기가 스며들고 가장 작은 것..
코로나 감염확산으로 미뤄졌던 ‘요리스 이벤스 회고전’이 마침내 6월 9일부터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립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요리스 이벤스가 열 네살에 만든 을 포함해 , , 등의 초기 단편에서 , , , , ,그리고 유작 까지, 그동안 좀처럼 볼 기회가 없었던 영화를 포함해 모두 스물 다섯 편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카메라로 바람을 길들인 혁명가 요리스 이벤스의 (1988)는 기존의 다큐멘터리와는 사뭇 다른 사실과 허구를 조합한 독특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80년에 구상을 시작해 4년간 중국에서 촬영한 영화로 결국 망백의 나이였던 요리스 이벤스의 유작이 되었다. 이벤스는 로 격동의 한 세기를 마감했고 자신의 영화 인생 또한 마감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 ‘바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은 대..
친구 집이 어딨죠? 기사가 물었던 때는 저녁 어스름이었다 하늘이 잠시 멈췄다 행인은 어둠을 향해 전등을 비추고 버드나무를 가리키더니 말했다 저 나무에서 멀지 않아요 바로 앞에 골목이 하나 있는데 신이 꿈꾸는 것보다 푸른 정원을 끼고 있죠 사랑이 믿음과 정직의 깃털만큼 파란 곳이에요 골목 끝까지 가시면 청소년의 뒷골목이 나오는데 거기서 고독의 꽃 쪽으로 돌아서 꽃 두 발짝 앞 신화 속 영원의 샘물에 들르세요 맑고 깨끗한 두려움에 휩싸일 거예요 그 은밀한 공간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빛의 둥지에서 새끼 새를 꺼내려고 소나무를 오르는 아이가 보일 거예요 그럼 그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친구 집이 어딨니? - 소흐랍 세피리 (1974)에서 열두 살 소년이 고장 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가장해 아이들에..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한 포루그 파로흐자드의 다큐멘터리 (1962)이 이미 이란 뉴웨이브의 선구적 작품으로 손꼽히지만, 이란 영화의 새로운 기운은 1964년에 창설된 카눈Kanoun(청소년아동협회)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아미르 나데리 등이 주축이 되어 1969년에 영화 촬영부서를 설립해 아동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작한다. 아미르 나데리의 말을 빌자면, 카눈 스튜디오는 최신 촬영 장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제작비는 적었지만 상업주의적 영화 시스템의 틀 바깥에서 어린이를 주제로만 하면 연출 등에서 자유로운 재량이 주어진 거의 유일한 작업 공간으로, 이곳 지하에서 빌 더글라스의 영화를 보며 어떻게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탐구했다고 한다. 키아로스타미 회고전의 첫 날에 상영하는 1974)와..
베를린 홀로코스트 기념비에 올라가 셀카를 촬영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이 비난받을 만한 것인지 논란을 불러온, 이른바 2017년의 ‘욜로코스트’ 프로젝트를 사람들은 기억해도, 이미 한 해전인 2016년에 작센하우젠 수용소의 ‘다크 투어리즘’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을 촬영한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아우서리츠’는 아마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혹은 이미 수년 전에 네덜란드 사진작가 로저 크레머의 ‘아우슈비츠 관광 행위’라는 사진으로까지 그 기원을 따져볼 수도 있을텐데, 조금씩 사정은 다르지만 이러한 논란의 핵심에 촬영과 이미지의 권리와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영화는 실현된 역사의 재현이 아닌 가능성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것으로 역사를 새롭게 경험하게 한다. ‘수정 백조’의 다리야 추크 감독은 끊임없이 1990년대 구소련의 붕괴 이후의 시기, 특별히 1996년의 벨라루스로 되돌아가는데 이 때는 시위가 여전히 허용된 마지막 해였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던 해였다고 한다. 전환점의 시기였다. 그 만큼 다른 가능성이 있었던 시기다. 청년들의 하위문화에 자유의 기운이 흘러들어가던 시기. 하우스 음악이 곧 자유를 의미하던 때다. 그녀의 신작 또한 9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고 한다. 2017년 이후로 다리야 추크를 포함해 벨라루스의 젊은 감독들-특별히 여성 감독들- 영화들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하는데, 이와 관련해 블라다 센코바 감독은 지난 대화..
세르게이 로즈니차는 작센하우젠과 다카우 강제수용소에 카메라를 설치해 인기 있는 역사 관광의 모호함을 드러낸다. 인간이 재로 변한 공포의 수용소는 이제 대중에게 공개되어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을 받는 기념 장소가 되었다. 이 영화는 추모 현장을 방문한 관람객들과 그들의 촬영 행위를 관찰한다. 방문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신 우리는 그들이 모든 것을 매혹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인스타그램 문화가 촬영 행위를 손쉽게 자신이 그 장소에 있었음을 증명할 때, 동시대에는 결코 촬영이나 보도가 허용되지 않았던 장소를 틀에 박힌 의식처럼 기념 촬영하는 행위는 공포의 장소를 탈신성화하는 것일까, 혹은 이런 촬영을 통해 시선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목격 증언과 장소를 증언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