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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기관사는 인간의 조건을 성찰하는 직업이다, 클레르 드니 감독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19층 카페에서 부을 방문한 클레르 드니와 세 번째 만남을 가졌다. 전날 그녀는 홍상수 감독과 ‘오픈 토크’를 했다. 그녀는 홍상수 감독의 전작을 모두 봤고, 파리에서 그의 영화가 개봉될 때면 직접 나서 영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예전의 만남 덕분인지 첫눈에 그녀는 나를 알아보고 “홍상수 감독이 왜 내 영화를 안보는 걸까”라며 가벼운 투정을 부렸다. 그녀의 열렬한 팬으로서 나 또한 궁금했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는 “보기 싫어서, 아니면 논평을 피하기 위해 아예 보지 않는 걸까. 이 둘 중에서 어떤 쪽일 것 같나?” 하고 내게 넌지시 생각을 물었다. 아마도 두 번째가 아니었을까. 곧바로 그녀의 신작 의 이..
* 1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씨네21 데일리(2008.10.02일자)'에 부산에 온 안나 카리나를 위해 쓴 글입니다. 뉴 커런츠 심사위원장으로 부산 찾은 장 뤽 고다르의 뮤즈, 안나 카리나 장 뤽 고다르의 영화를 우연히 보지 않았다면 안나 카리나와 만날 인연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반대가 더 진실에 가깝다. 안나 카리나가 없었다면 고다르의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덜했을 것이다. 혹은 우리가 누벨바그(1950년대 후반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젊은 영화작가들에 의한 전위적인 영화운동)라 말하는 고다르의 영화경력은 결코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고다르의 작가적 연대기에서 누벨바그의 시기(1959-1967)가 종종 ‘안나 카리나 시절’이라 불릴 만큼 그의 영화에서 카리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 충무로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프로그램 디렉터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에 실었던 글이다. 지속적인 영화 상영 보존의 길 : 김성욱, 장 프랑수아 로제를 만나다 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장 프랑수아 로제를 만났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인사를 한 이래로 나는 그를 몇 번 만났다. 3년 전 파리에서 그를 만나 짧게 인터뷰를 했던 것을 기억한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샤이오를 떠나 랑글루아 시절부터 염원했던 새로운 장소(최종적으로는 베르시로 결정됐다)로 이전하기 직전이었는데, 시네마테크의 새로운 공간 계획과 관련해 몇 가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였다. 물론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고,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와 마찬가지로 민간에 의한 조직이지만..
할 하틀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나? 이상한 일이지만 할 하틀리는 미국영화에 대한 최근의 논의에서 언제나 배제되어 있었다. 토드 헤인즈, 거스 반 산트의 신작이 여전히 극장의 스크린을 장식하고 있는 것에 비하자면 하틀리의 영화는 극장에서건 영화제에서건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90년대 '문화학교서울'과 같은 비디오테크에서 미국 인디영화를 소개할 때마다 그가 관객들로부터 언제나 거대한 환대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자면 근래의 그의 영화에 대한 무관심은 지나칠 정도라 여겨진다. 물론 그때도 하틀리의 영화가 극장에서 필름으로 공개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2005년에 공개된 가 한국의 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었던 비교적 그의 최근작이었다. 미국 평론가인 조나단 로젠봄이 왕가위의 바그너적인 과 비교하면서(두 편 ..
옛날 옛적, 세르지오 레오네가 있었다 비평적 거리를 확보하기 힘든 영화들이 있다. 이를테면 프랑수아 트뤼포가 히치콕과 인터뷰를 하면서 “는 제가 일주일에 두 번씩 보기도 했죠. 영화를 볼 때마다 세세한 장면들이 어떤지, 카메라의 움직임을 어떻게 하는지 등을 자세히 봐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이게 막상 영화가 시작하면 등장인물과 스토리에 빠져버려 아직까지도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을 모르겠네요”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로서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중후기 작품들(특히 1967년 이후에 만든 세 편의 영화)인 (이하 )와 (이하 )가 그런 영화들이다. 레오네의 영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열렬한 팬으로서 어떻게 그의 영화에 도취되었는지를 슬며시 고백하는 것과 같다. 나는 그의 위대한 영화가 장 피에르 멜빌과 마찬가지..
2006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시네바캉스 서울’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운영하는 서울 유일의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여름 영화축제입니다. ‘시네바캉스 서울’은 고전영화와 함께 떠나는 즐거운 여름휴가로, 과거에 영화를 접했지만 이제는 영화관을 찾지 않는 중장년층 관객들, 고전 영화를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던 젊은 관객들, 그리고 함께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가족 관객 등 서울 시민들이 자유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영화제입니다. ‘2008 시네바캉스 서울’ 프로그램으로는, 이탈리아 웨스턴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의 대표작 (1961), (1965), (1966), (1968), (1971), (1984) 등을 모은 '세르지오 레오네 회고전', 90년대 미국..
우리가 이별을 고할 때마다 2003년에 ‘데릭 저먼 회고전’을 처음 시네마테크에서 개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의 특별한 영화세계에 지극히 감성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의 영화는 소수자적 정서, 특히 동성애적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극히 정서적이고 가슴을 울리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몸으로 수용하고 가슴으로 기억하는 그런 이미지들이 눈을 시리게 할 만큼 강렬하게 다가온다. 마음이 먹먹해질 정도였다. 크리스 리파르드가 편집한 데릭 저먼에 관한 작은 책은 ‘내몰린 천사By Angels Driven’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이는 보들레르의 에 실린 ‘연인들의 와인’이라는 시에서 따온 것이다. 보들레르는 이 시에서 ‘오늘 세상은 찬란하다/재갈도 박차고 고삐도 없이/술 위에 걸터 타고 떠나자꾸나/거룩한 선..
종종 오락영화라 치부하며 간과하는 영화들이 있다. 혹은 지나칠 정도로 모든 미국영화를 정치적인 영화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9.11 테러 이후의 미국영화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모든 할리우드의 제작자들, 감독들은 그럴 경우 시대의 현실을 영화에 담아내는 민감한 정치영화감독들로 둔갑한다. 미국영화를 미학적으로 바라볼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사회정치적 시각으로 영화들을 바라보는 이런 편중된 시선은 대신 아시아 영화들이나 유럽영화들을 볼 때는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영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상할 정도다. 반대로 말하자면, 미국영화는 그렇다면 유럽영화가 그러지 않았던 것과 달리 언제나 시대의 민감한 표상작용을 했던 것일까. 일단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를 보며 들었던 처음 들었던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