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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영화일기 (288)
CINEMATHEQUE DE M. HULOT
타베르니에의 이 영화를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우리를 붙잡고 멈춰 세우는 어떤 임의의 순간 때문인데, 가령 나탈리 베이가 카세트 테이프로 듣고 있는, 영화관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세심하게 귀 기울일 수 밖에 없는, 마지막 상영의 영화관에 관한 에디 미첼의 노래가 흘러 나올 때이다. 이제는 슈퍼 마켓이나 주차장이 될 동네 영화관의 거역할 수 없는 운명, 더 이상 희망은 없어요, 종영의 자막과 함께 마지막 상영이 끝나고, 텅 빈 객석에서 한 노인이 구석에서 울고 있었다는...그런 내용의 노래다. '마지막 상영 La Dernière Séance'이라는 노래. 에디 미첼은 파리 근교의 오래된 영화관을 배경으로 동명의 제목으로 고전기 미국영화를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극장만이 아닌 그런 텔레비..
주류 영화제작 시스템에서 벗어나 독립제작으로 만든 배창호 감독의 (2000)이 공개된지 20년이 지났다. 2006년 ‘작가를 만나다’로 소개하고, 2008년 배창호 감독 전작전을 하면서 상영했으니, 12년만의 재회다. 그 사이 유튜브에서는 스페인어 자막의 영화가 업로드되어-허락된 일은 아니다- 842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기이한 일이 있기도 했다. 디지털로 전환되지 않아 35mm 필름 프린트로만 극장에서 상영가능한 탓에 소개될 기회가 여전히 많지 않은 작품이다. 한국영화의 많은 작품들이 아직 이런 상황에 있다. 예전 이 영화에 대해 썼던 소개글의 일부. 작가를 만나다 2월 8일(토) 오후 6시 40분 상영 참석 | 배창호 감독, 김유미 배우 데뷔작인 (1982)에서 시작해 최근작인 (2009)까지 배창..
I am Spartacus ! 커크 더글라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영화들이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그에 관한 일화는 (1960)와 관련된 일들이다. 특별히, 1950년대 적색공포 시대 블랙리스트였던 달톤 트롬보와 관련된 일이다. 2년전 이맘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선택작으로 아브라함 폴란스키의 을 상영하면서도 했던 이야기이지만, 1950년대 당시 적색공포와 할리우드의 관계는 대단히 중요한 영화사적 문제로 남아있다. 1930년대 초기 망명의 문제와도 겹쳐 필름누아르, 혹은 50년대 이후 아메리칸 시네마의 표상과도 관련되는 문제로, 아마도 미국영화와 관련해서라면 가장 관심이 가는 시기이다. 2016년 개봉했던 라는 영화가 보여주는 바, 이 시기 적색공포는 ..
올해 시네마테크의 선택작은 에릭 로메르의 장편 데뷔작 이다. 1959년에 제작됐지만, 제작자와의 불화로 3년이나 지나 누벨바그의 물결에 합류하지 못하고 뒤늦게 1962년에 공개됐고, 흥행에서도 실패한 저주받은 작품으로 남았다. 규칙과 예외의 테마로 고려한 작품이지만, 올해 에릭 로메르의 탄생 백주년을 맞아 그간 상영하지 못한 작품으로 선정하기도 했고, 다른 사연들도 있다. 2회 상영으로 내일(목) 첫 상영과 이어 28일 상영후에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다음달 3월에 개최하는 ‘Tribute to Burno Ganz' 특별전에서도 브루노 간즈가 출연한 로메르의 영화 한 편을 상영할 예정. 특별히 는 파스빈더가 사랑한 영화로, 그는 데뷔작을 로메르(와 샤브롤에) 헌정했다. 고다르, 장 두세 등이 우정 출연..
70년대 이래 빔 벤더스의 문제의식은 이러했다. 더 이상 영화에서 도움을 얻을 수 없다. 점점 영화들이 광고의 트레일러처럼 되고 있다. 의미 없는 이미지들의 범람 맨 앞에는 텔레비전이 있고, 그것이 뿜어내는 것은 광학 독소들이다. 이미지와 적대적인 시대(혹은 적대적 이미지의 시대)가 시작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영화 없는 세계가 되고 있다. 텔레비전과 소비(생산이 아니라!) 시장의 이미지가 지배하는 세계. 관객이 아니라 소비자의 품평과 기호가 지배하며 자기 말을 반복하는 세계. 벤더스의 상황 인식은 이미지를 통한 세상과의 접촉이 끊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3)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촬영하는 필립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증명하려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지만 완성된 사진과 현실의 비교에서 접촉의 ..
테니스 애호가였던 세르주 다네는 자신이 서브보다는 되받아치기(리턴)에 능숙한 비평가라 말했다. 고다르가 지적했듯이 테니스 경기의 서브와 리시브는 숏/리버스 숏의 영화의 원리와 닮았다. 요점은 교환에 있다. 교환 없는 영화란 없다. 영화 촬영 또한 대상, 사물에 이미지를 되돌려주는 행위라는 점에서 교환이 발생한다. 교환이 성립하려면 영화(혹은 이미지)가 테니스 경기처럼 둘 사이의 단절의 공허를 통과해야만 한다. 임흥순과 모모세 아야의 가 특별한 것은 두 작가가 영화에 그런 ‘교환’을 가져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절(단지 현재의 한일 관계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에 접속의 흐름을 시도한 작품이다. 두 작가는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서로 건네주는 것만이 아닌,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되돌려준다. ..
영화에 관한 두 번째 책 에서 질 들뢰즈는 “돈은 영화가 겉면에서 보여주고 조합하고 있는 모든 이미지들의 이면에 있다.”고 말했다. 빔 벤더스가 (1982)에서 언급한 ‘영화의 상태’가 그러한데, 최근 마틴 스콜세지는 인터뷰에서 그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슬프게도, 상황은 이제 두 분야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쪽에는 전 세계적인 시청각 오락이 있고, 그리고 다른 곳에 시네마가 있다. 그것들은 여전히 이따금 겹치기도 하지만, 그런 일은 점점 더 드물어지고 있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한쪽의 돈의 우위가 다른 쪽의 존재를 소외시키고 심지어 무시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콜세지의 발언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영화 산업만이 아닌 문화의 영역에까지 돈의 지배, 중심과 주변의 확연한 분리, 예술의 주..
“You will become Caligari” 2월 4일, ‘15주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개막작은 올해 공개 100주년을 맞은 로베르토 비네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입니다. 강현주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상영됩니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1920년 2월 26일 베를린에서 처음 공개되어,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선구적인 작품이자 독일 영화가 국제적인 인정을 받게 된 기념비적 작품-1921년 이 영화는 미국에 공개되어 큰 성공과 논란을 불러왔다-이 되었습니다. 1919년 스파르타쿠스 혁명의 좌절과 칼 리프크네히트와 로자 룩셈부르크의 처형-지난해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마가렛 폰 트로타의 ‘로자 룩셈부르크’를 기념 상영했었다-, 전쟁처리의 불안과 같은 격변과 불안정의 시대정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