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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위대한 일탈의 작가 - 자크 로지에의 바캉스 * 지난 8월 5일(일) 자크 로지에의 의 상영후에 했던 강연의 정리내용이다. 그의 소개되지 않은 단편들을 짧게 보여주었고, 긴 상영시간 탓에 가능한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여전히 아직은 미지의 작가인 자크 로지에의 영화를 처음 소개하는 사람이 나라는 것이 꽤나 즐거운 일이다. 자크 로지에라는 작가의 기이한 위치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로지에가 만든 단편들의 일부를 보겠다. 로지에가 50년대에 만든 단편 영화를 보면 놀라운 느낌을 받게 된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자크 로지에의 단편 영화를 보고 질투심 같은 걸 느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로지에의 (1956)는 트뤼포의 (1957)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자크 로지에와 바캉스의 영화들 - 시네필의 바캉스 1959년에 고다르의 데뷔작 가 큰 성공을 거뒀다. 이에 자극받은 제작자 조르주 드 보르가르는 고다르에게 요즘 젊은 영화감독들 중에서 빨리 촬영하고 저예산으로 그처럼 기적을 만들어낼 감독 몇 명을 추천해 달라 제안한다. 고다르는 주저 없이 세 명을 골랐다. 아직까지는 단편을 만들었을 뿐인 신인 감독들. 자크 드미, 아네스 바르다, 그리고 자크 로지에. 자크 드미는 1961년에 를, 아네스 바르다는 다음 해에 를, 그리고 자크 로지에는 뒤늦게 (1962)을 만들었다. 고다르가 이 세 명의 영화감독에게 어떤 기대를 품고 있었는지가 궁금하지만, 단지 기이한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들은 모두 해변과 바캉스를 좋아한 감독이었다. 근작인 에서 알 수 ..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는 한 명의 영화작가가 얼마나 사랑을 가지고 그의 전 생애 동안 영화를 만들었는가를 보여준다. 사랑에 굶주린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했고, 영화로 만난 여배우들을 사랑했고, 사랑을 추구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에서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앙투안 드와넬은 거리를 쏘다니다 몰래 우유를 훔쳐 마시는데, 벽에는 찰리 채플린의 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굶주림을 그린 위대한 희극왕에 대한 경배의 표현이다. 동시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사회에서 소외되어 불량소년으로 떠도는 인물의 삶이 채플린이 창조한 부랑자 찰리의 삶과 만나는 순간이다. 트뤼포는 이런 식으로 상실의 삶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기획으로 영화를 만든 감독이었다. 트뤼포에게 영화는 수줍어하는 소년이 예쁜 소녀에게 고백하는 사랑의 감정 같은 것이..
10년전에 서울아트시네마가 개관한다는 걸 알리는 초청장을 꺼내보았다. 우연한 일이었다. 지난 달에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열린 '파솔리니 특별전'에서 짧은 강연을 위해 내려가던 중 파솔리니에 관한 책 안에 이 초청장이 숨어있었다. 생각해보니 2002년 5월 10일 서울아트시네마가 정식으로 개관하기 바로전, 가칭 시네마테크전용관(아트선재센터)에서 '파솔리니 회고전'을 개최했었다. 당시에 나는 문화학교서울의 프로그래머를 하고 있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파문의 영화: 테렌스 데이비스의 '먼 목소리 조용한 삶' 1. 창문의 영화 2. 위태로운 어머니 이 영화의 오랫동안 남아있는 하나의 이미지. 엄마가 창틀에 매달려 창유리를 닦고 있다. 아이는 '엄마 떨어지면 안되'라며 맘을 졸이는데, 정작 엄마는 '다시 사랑이 찾아왔어요'라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어지는 것은 그러나 끔찍한 남편의 구타. 왜 '먼 목소리 조용한 삶'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슬픔처럼 기억에 남았을까. 테렌스 데이비스의 사적인, 지극히 미시적인 가족의 기억이 영화에 담겨있을 뿐인데. 위태로운 어머니의 모습... 3. 파문의 영화 4. 회자정리
천국은 어떤 임금이 자기 아들을 위하여 베푼 혼인잔치의 상황과 같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 구절은 ‘청함을 받은 자는 많지만 택함을 입은 자는 적다’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문득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이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선택’이란 표현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2006년에 시작한 이 영화제는 참여하는 영화인들이 그들 각자의 영화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백지수표’라 부르는 이런 방식은 영화가 선택하는 영화인에 의해 소환된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영화는 우리가 다 볼 수 없을 만큼 많고, 그렇기에 언제나 선택해 보는 사람에 의존하게 됩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 영화의 진실입니다. 선택받는 영화가 있는 만큼 결..
따지고 보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기록에 따르면 식민지 치하의 조선에서는 '시적 리얼리즘' 혹은 '사회적 판타지'라 명명된 1930년대 프랑스 영화들이 대거 수입되어 관객들의 사랑을 얻었다. 자크 페데나 마르셀 카르네의 영화, 줄리앙 뒤비비에의 (1936), (1937)과 같은 작품들이 특히 대중적 인기를 얻었는데, 가령 작가인 김남천은 (첫 개봉 제목은 이었지만, 전후에 재개봉할 때 이란 제목으로 바뀌었다)을 본 후의 소감을 소설에서 이런 식으로 기술한다. “어떤 날 오후, 봄이라지만, 아직도 치위가 완전히 대기 속에서 가시어 버리지 않은 날, 나는 영화 상설관에서 를 구경하고 일곱 시경에 거리에 나섰다. 저녁을 먹어야 할 끼니때가 이미 지났으나, 곧 뻐스에 시달리면서 집으로 향할 생각을 먹지 않고, ..
하워드 혹스의 이 영화와 관련해 깊은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 하워드 혹스는 할리우드의 ‘사내중의 사내’라 불렸던 감독으로 남성들 간의 유대를 찬양했던 인물이다. 그는 ‘와일드 빌’ 월맨과 오토바이를 즐기고, 윌리엄 포크너와 비행을, 어네스트 헤밍웨이와 낚시와 사냥을 즐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마초니즘의 작가였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이런 식의 ‘여성 버디무비’를 만들 수 있었을까? 비평가들은 오랫동안 이를 두고 의문을 제기했었다. 달리 말하자면 이 영화는 혹스의 작가성을 논의하기 위한 뇌관과도 같은 작품인 것이다. 혹스는 이 영화로 당시 주류 할리우드가 구축한 안정적인 젠더 정체성을 불안 투성이의 모호한 세계로 뒤바꾸어 놓았다. 혹스적인 남성과 대비되는 여성들이 게다가 남성적 우주의 신성함과 권위를 조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