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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검거’라는 영어 제목과 달리, 이 영화의 원제 Szegénylegények는 불쌍한 사람들, 혹은 ‘희망 없는 자들'을 의미한다. 이 제목은 헝가리 푸슈타(대초원) 한 가운데에 있는 기묘한 수용소 또는 강제 수용소에 갇혀 있는 익명의 수감자들을 가리킨다. 모든 공포는 이 대초원의 화창한 하늘 아래에서 일어난다. 얀초는 자신의 주제가 늘 어떤 사람들이 항상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려는 사회 상태에 대한 탐구라 말했는데, 이는 구 공산권 국가만이 아닌 특별한 보편성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사실 현재적이다. 피억압 계급 출신이라고 해도 일단 권력을 잡으면 그들은 변하고 지배 계급이 사용하던 기술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려 한다. 이런 역사 수업은 정치적 무브먼트를 반영하는 영화의 다양한 움직임과 스타일로 표현..
2023년은 와이드스크린 프로세스인 시네마스코프(Cinema Scope)가 도입된지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영화는 탄생 이래로 끊임없이 삶보다 더 큰 스크린을 확장하려 했고, 이 넓고 확장된 와이드스크린의 대중화는 1953년부터 시작되었다. 영화인들은 이 프로세스를 1950~60년대 뮤지컬부터 서부극, SF, 애니메이션, 멜로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에 사용했고, 오토 프레밍거, 니콜라스 레이, 더글라스 서크 등 다양한 작가들이 와이드 스크린으로 실험을 시도했다. 회화의 전통과 닮았고, 자연을 그대로 표현하고, 현실감을 강화하는 효과를 지닌 와이드 스크린은 실물보다 더 큰 화면을 통해 우리 삶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 환경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7월 21..
무주산골 영화제의 카탈로그가 집에 도착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한 마틴 스콜세지의 (2012)에 관한 짧은 리뷰를 썼는데, 오래 간만에 영화를 다시 들춰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에서 썼지만, 고전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시네마테크를 운영하는 나로서는 가능한 신작을 늦게 보려하는 편이다. 영화는 신상품이 아니다. 일부러 시류에 맞춰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봉하는 첫 주에 극장을 찾게 하는 영화들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를 뒤늦게, 그것도 극구 2D로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마틴 스콜세지의 (2012)는 개봉하던 날에, 그것도 3D 영화로 보았다. 극장에서 처음 본 3D 영화다. 이유가 있다. 영화 탄생의 아버지 조르주 멜리에스에 관한 감동적인 영화였기 때..
이오셀리아니 회고전의 주말 일요일, 오래 간만에 상영 후에 토크를 합니다. 제목 그대로 월요일 아침, 공장으로 돌아가는 노동자의 짧은 주말이나, 우여곡절 끝에 떠난 잠깐의 휴가는 얼마나 덧없는 일일까?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런 덧없음이 매일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영화관에 들려 시간을 보내고 극장 문을 나서는 사람들의 생의 감각이 ‘월요일 아침’의 기분과 비슷하기 마련이다. 매일 극장에서 나와 월요일 아침의 시간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우울한 즐거움.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던 일들이 이 영화를 보면 떠오른다. 이 영화가 매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의 변화는 불가능해도, 그런 월요일 아침으로 매번 되돌아가는 세계에서 빛을 응시하고, 친구와 술을 마시고, 그림을 그리..
“영화는 시간 속에 흐르는 예술입니다. 그런 점에서 춤이나 음악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춤과 음악에는 리듬과 템포가 있습니다...인간에게는 맥박이 있고, 그것이 삶의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본격적인 여름, 게다가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 극장에서 영화 보기는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매년 여름에 개최하는 시네바캉스 전에, 시네마테크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조지아 출신의(1934년생입니다) 영화감독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회고전”이다. 2023 유라시아 영화제의 일환으로 열린다. 2009년 시네바캉스 영화제때 작은 특별전으로 대표작 네 편을 상영한바 있지만, 이후 이번처럼 국내 미공개 단편을 포함해 12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고국 조지아를 떠난 자신을 ‘샹트라파’(2009년작 영화 제목이..
“아이에 관해서라면 영화 애호가들은 오즈의 영화를 떠올리겠지만 저는 동시대 감독인 시미즈 히로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그는 영화의 아이 전문가였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시미즈 히로시 회고전 마지막 주말인 24일(토)에 (1948) 상영 후에 ‘아이들의 영화, 영화의 아이들’이란 주제로 시네토크를 합니다. 파시즘 사회의 유산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에게 어떤 사전 결정도 없는 현실을 읽어주는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를 영화의 중심에 가져온 전후 네오리얼리즘의 영화들과 동시대 오즈 영화의 아이들, 그리고 이어지는 원폭의 아이들까지. 길위의 아이들을 따라가는 독특한 로드무비 을 중심으로 영화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영화 속 아이들이 시모노세키역부터 오사카까지 걷는 여정은 단지 공간..
최근 몇년간 폴란드 영화를 매년 소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주목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이 안제이 뭉크다. 그의 작품은 폴란드 학파의 (단절된) 가장 예외적인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가령, 오늘 마지막 상영하는 뭉크의 세 번째 작품 (1960)의 경우, 채플린이나 키튼의 무성 코미디에서 젤리그식의 우디 앨런 코미디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스타일과 플래시백의 대담한 형식이 흥미롭다. 이 특별한 스타일의 혼용은 불운한 주인공이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보다 더 강력한 힘에 통제되어 끊임없이 역사에 휘둘리는 운명을 형상화한다. 뭉크는 모든 상황에 적응하려는 이런 젤리그-카멜레온 캐릭터의 역설적인 비극(그는 결국 불운을 피하려 감옥에서 풀려나지 않게 해달라고 간청한다)을 전시하면서 폴란드..
몇년 전, 소설을 좋아하는 후배의 선물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그가 이리 멘젤의 오랜 협력자였다는걸 그때야 알게됐다.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이나 이야기는 모두 여덟 편이 영화화되었는데, 그 중 다섯 편을 이리 멘젤과 작업했으니 둘의 협력은 창작의 원동력이기도 했으리라. 보후밀 흐라발은 둘의 협업에 대해 '시적 비전을 비추는 두 개의 거울이 서로를 비추는 것처럼 서로를 계속 보완했다'고 언급했었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철도 기관사, 열차 배차원, 보험사 직원, 클라드노 제철소 일꾼, 폐지 줍는 사람으로 일하면서 일상에서 얻은 직접적 삶의 경험을 풍부한 자원으로 활용해 글을 썼고, 오늘 오래간만에 상영하는 이리 멘젤의 도 그런 부조리한 경험이 둘의 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