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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영화일기 (288)
CINEMATHEQUE DE M. HULOT
무주산골 영화제의 카탈로그가 집에 도착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한 마틴 스콜세지의 (2012)에 관한 짧은 리뷰를 썼는데, 오래 간만에 영화를 다시 들춰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에서 썼지만, 고전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시네마테크를 운영하는 나로서는 가능한 신작을 늦게 보려하는 편이다. 영화는 신상품이 아니다. 일부러 시류에 맞춰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봉하는 첫 주에 극장을 찾게 하는 영화들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를 뒤늦게, 그것도 극구 2D로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마틴 스콜세지의 (2012)는 개봉하던 날에, 그것도 3D 영화로 보았다. 극장에서 처음 본 3D 영화다. 이유가 있다. 영화 탄생의 아버지 조르주 멜리에스에 관한 감동적인 영화였기 때..
이오셀리아니 회고전의 주말 일요일, 오래 간만에 상영 후에 토크를 합니다. 제목 그대로 월요일 아침, 공장으로 돌아가는 노동자의 짧은 주말이나, 우여곡절 끝에 떠난 잠깐의 휴가는 얼마나 덧없는 일일까?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런 덧없음이 매일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영화관에 들려 시간을 보내고 극장 문을 나서는 사람들의 생의 감각이 ‘월요일 아침’의 기분과 비슷하기 마련이다. 매일 극장에서 나와 월요일 아침의 시간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우울한 즐거움.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던 일들이 이 영화를 보면 떠오른다. 이 영화가 매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의 변화는 불가능해도, 그런 월요일 아침으로 매번 되돌아가는 세계에서 빛을 응시하고, 친구와 술을 마시고, 그림을 그리..
“영화는 시간 속에 흐르는 예술입니다. 그런 점에서 춤이나 음악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춤과 음악에는 리듬과 템포가 있습니다...인간에게는 맥박이 있고, 그것이 삶의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본격적인 여름, 게다가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 극장에서 영화 보기는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매년 여름에 개최하는 시네바캉스 전에, 시네마테크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조지아 출신의(1934년생입니다) 영화감독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회고전”이다. 2023 유라시아 영화제의 일환으로 열린다. 2009년 시네바캉스 영화제때 작은 특별전으로 대표작 네 편을 상영한바 있지만, 이후 이번처럼 국내 미공개 단편을 포함해 12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고국 조지아를 떠난 자신을 ‘샹트라파’(2009년작 영화 제목이..
“아이에 관해서라면 영화 애호가들은 오즈의 영화를 떠올리겠지만 저는 동시대 감독인 시미즈 히로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그는 영화의 아이 전문가였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시미즈 히로시 회고전 마지막 주말인 24일(토)에 (1948) 상영 후에 ‘아이들의 영화, 영화의 아이들’이란 주제로 시네토크를 합니다. 파시즘 사회의 유산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에게 어떤 사전 결정도 없는 현실을 읽어주는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를 영화의 중심에 가져온 전후 네오리얼리즘의 영화들과 동시대 오즈 영화의 아이들, 그리고 이어지는 원폭의 아이들까지. 길위의 아이들을 따라가는 독특한 로드무비 을 중심으로 영화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영화 속 아이들이 시모노세키역부터 오사카까지 걷는 여정은 단지 공간..
최근 몇년간 폴란드 영화를 매년 소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주목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이 안제이 뭉크다. 그의 작품은 폴란드 학파의 (단절된) 가장 예외적인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가령, 오늘 마지막 상영하는 뭉크의 세 번째 작품 (1960)의 경우, 채플린이나 키튼의 무성 코미디에서 젤리그식의 우디 앨런 코미디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스타일과 플래시백의 대담한 형식이 흥미롭다. 이 특별한 스타일의 혼용은 불운한 주인공이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보다 더 강력한 힘에 통제되어 끊임없이 역사에 휘둘리는 운명을 형상화한다. 뭉크는 모든 상황에 적응하려는 이런 젤리그-카멜레온 캐릭터의 역설적인 비극(그는 결국 불운을 피하려 감옥에서 풀려나지 않게 해달라고 간청한다)을 전시하면서 폴란드..
몇년 전, 소설을 좋아하는 후배의 선물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그가 이리 멘젤의 오랜 협력자였다는걸 그때야 알게됐다.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이나 이야기는 모두 여덟 편이 영화화되었는데, 그 중 다섯 편을 이리 멘젤과 작업했으니 둘의 협력은 창작의 원동력이기도 했으리라. 보후밀 흐라발은 둘의 협업에 대해 '시적 비전을 비추는 두 개의 거울이 서로를 비추는 것처럼 서로를 계속 보완했다'고 언급했었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철도 기관사, 열차 배차원, 보험사 직원, 클라드노 제철소 일꾼, 폐지 줍는 사람으로 일하면서 일상에서 얻은 직접적 삶의 경험을 풍부한 자원으로 활용해 글을 썼고, 오늘 오래간만에 상영하는 이리 멘젤의 도 그런 부조리한 경험이 둘의 협..
이미 공지한바 있지만, 다음 주 6월 14일부터 시네마테크에서는 올해로 탄생 120주년을 맞은 시미즈 히로시 감독 회고전을 개최한다. 오즈 야스지로와 같은 해(1903)에 태어나 쇼치쿠 가마타 촬영소에서 함께 감독 데뷔한 시미즈 히로시는 생애 164편의 작품을 감독했지만, 오즈에 비해 알려질 기회가 많지 않아, 여전히 미지의 거장의 위치에 있다. 무엇보다 남은 작품이 적다. 도쿄필름센터가 2013년 현존하는 작품을 모두 모아 상영한바 있는데, 그래도 50편 정도였다. 디지털 전환된 작품도 없어서, 회고전을 기획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 회고전에서 상영하는 작품도 모두 35mm 필름이다. 35mm 필름 상영이 아니라면 여전히 극장에서 만날 수 없는 작품들이다. 덕분에 회고전 내내 영사기사가 고생이 많을 것이..
지난 주 금요일, 대전에 새로 개관한 소소아트시네마에서 개최한 극장에 관한 포럼에 참석해 근래 주목하던 지역의 민간 독립 영화관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몇 년 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005)라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한 후 소개한, 유토피아 영화관과 틀루주 보네포이 지역의 옛 산업 건물을 개조해 만든 임시 영화관 라 포레 일렉트리크 등, 재정 및 프로그램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민간 독립 극장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 민간 독립 극장은 수익성 요구, 높은 임대료 지불, 재정적 불안, 고용 문제와 같은 문제들과 높은 관리 비용 및 운영 비용, 인프라 및 개발 자금 조달의 어려움, 영화 시장의 긴장감과 불안정성, 멀티플렉스 극장과의 경쟁 심화 등의 '취약한 경제' 조건을 감수하고 운영되고 있다. 재정적 불안에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