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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지난해에 이어, 2023년에도 실험영화 정기 상영회 ‘프레임워크Frameworks’를 3월부터 다시 시작한다. 2022년에는 ‘요나스 메카스 백주년 회고전’ 이후에 ‘아메리카 언더그라운드 시네마’를 소개하는 기획이었다면, 올해는 1950년대 이후 유럽 실험 영화의 특별한 작품들을 매달 소개하려 한다. 3월과 4월에는 레트리즘의 두 작가, 이시도르 이주의 (1951)와 모리스 르메트르의 (1951)를 상영한다. 이후, 5월과 6월에는 마르셀 아눈, 그리고 스페인 출신의 아돌포 아리에타의 매혹적인 영화를 상영한다. 아마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몇년 전부터 상영을 계획했던 로버트 크레이머의 작품은 별도의 회고전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03.30. 19h30 영원과 욕설에 대한 논고 Traité de bav..
이번 ’자크 타티 회고전‘을 준비하면서 타티의 작품만이 아닌, ‘윌로와 친구들‘ 섹션에서 소개하고 싶었던 것은 코미디의 확산성이다. 하나, 둘, 셋, 넷…채플린, 키튼, 로렐과 하디, 막스 브라더스, 그리고…한 명의 캐릭터에서 시작해 모든 사람으로 확산되는 코미디의 역사가 있다. 타티는 주로 엑스트라나 아마추어 또는 무명 배우를 사용해 작가 자신 외에 다른 스타가 없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전파와 확산. 혹은 코미디의 민주주의. 그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물의 코미디를 만들려고 했다. 점점 더 윌로를 적게 보고 평범한 사람들을 더 많이 보는 것. 그는 윌로를 자신의 작품에서 다른 이들로 복제 시켰을 뿐마 아니라, 다른 감독의 영화에 출연시키려했고, 이에 트뤼포는 드와넬 시리즈의 네 번째 ..
다음 달, 3월 1일(수)부터 26일(일)까지 2009년에 마련했던 첫 번째 회고전에 이어, 이번에는 윌로와 그의 친구들 작품, 그리고 디지털 복원된 타티의 전작을 상영하는 ‘자크 타티 회고전-윌로와 친구들 Jacques Tati Retrospective -Hulot and his friends’을 개최합니다.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막스 브라더스, 로렐과 하디, 해롤드 로이드, 그리고 새롭게 처음 소개하는 피에르 에텍스의 작품까지 모두 27편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피에르 에텍스는 그간 소개할 기회가 없었지만, 영화 감독, 배우, 일러스트레이터, 광대 등 다양한 얼굴과 재능을 가진 예술가입니다. 자크 타티의 의 조감독으로 시작해 영화계에 진출, 위대한 각본가 장 클로드 카리에르와 무성 희극에 대한 ..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함께하는 ‘2023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가 2월 16일부터 시작합니다. 올해 개막작은 (2020)를 만들었던 수잔나 니키아렐리의 신작 (2022). 13세기 실존했던 아시시의 성녀 클라라의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감독의 말을 빌자면 이 작품은 ‘급진적인' 그녀 삶의 정신적 측면이 아닌 정치적 측면을 재발견하는 것으로, 신앙과 종교의 신비가 아닌 프란치스코회의 신념과 실천이 세속적 사상에 끼친 영향, 재생의 에너지, 젊음의 전염적 열의, 그리고 혁명의 비극적 성질을 전합니다. 수산나 니키아렐리는 팬데믹의 시기에 집에 갇혀 있으면서 두려움, 질병, 고립이 있던 중세 이야기의 긴급성과 급진성, 공동체 개념에 대한 재고, 집단의 일부로서의 삶에 대한 생각과 주제가 오늘날의 세계와 밀접..
알랭 레네는 자신이 아니라 영화 그 자체가 팀의 전체, 촬영 기사, 배우, 미술 스태프, 그리고 연출가를 끌어간다고 말했다. 영화는 그에게 ‘개인’ 작가의 예술이 아니라 ‘아틀리에‘ 혹은 ’스튜디오 예술’로, 늘 집단을 구성해 다른 이들을 끌어들이는 작업이다. 누보로망 작가들의 문학, 희곡의 영화화는 물론이고 엠마누엘 리바, 델핀 세리그, 사빈느 아제마, 피에르 아르디티 등의 무대 배우들을 영화에 기용했고, 오페레타와 뮤지컬, 만화, 범죄 영화, 멜로드라마 등의 장르를 적극 활용했다. 레네는 게다가 의 음악을 듣고 마음에 들어 마크 스노우와 유작 (2013)를 포함해 네 편의 영화를 함께 했고, 를 시작으로 유작까지 세트 디자인을 설계한 미술감독 자크 소르니에와 오랜 세월 작업을 함께 했다. 연극성은 레..
이해영 감독의 신작 (2023)의 한 장면에서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쥰지(설경구)는 마를렌 디트리히 주연의 (1932)을 상영하는 황금관 극장주에게 경성에서 조선인이 운영하는 극장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말한다. 영화 초반, 쇼와 8년(1933년) 식민지 조선에서 영화를 보는 두 여인(이하늬, 이솜)의 모습이 인상적인 것은, 이런 관객의 모습에서 1930년대 영화관을 찾아 토키 영화를 본 한 여인이 남긴 “이 넓은 서울에서 나를 위안해 주는 것은 저-서적들과 극장뿐이다. 나는 간혹 극장에를 갑니다.”( 『女性 』, 1936)라는 감상을 떠돌리게 하기 때문이다. 디트리히 영화는 실제로 기록에 따르면 (당시 공개 제목은 ’탄식하는 천사‘)의 흥행 성공 이후에 (1930), (당시 공개 제목은 間諜X27, 1..
이상한 일이지만, (박홍열, 2022)의 오프닝과 마지막의 텅빈 공간과 건물이 마음이 남았던 것은, 생각해보면 그 곳이 지극히 평범하기 때문이다. 경험의 장소가 모두 기억의 장소로 남는 것은 아니다. 이런 범용한 공간은 그럼에도 진지한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 다양한 감정이 남겨진 기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좋은 영화는 늘 미지성을 동반하는 친밀한 곳으로 관객을 다가가게 한다. 이를테면, 아이들은 주로 도토리마을 방과후 건물 지층에서 뛰어노는데 오프닝과 마지막에서 우리는 그런 아이들이 사라지고, 비어있는, 텅 빈 공간과 마주한다. 오프닝에서, 이 비어 있음은 심지어 유일한 장면전환 효과인 디졸브로 시각화되어, 기억의 잔상을 남긴다. 이때 잔상이란 앞서 말했듯, 실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특이적이지..
특별히 기억하는 토크 중의 하나가 2010년 2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이 칼 드레이어의 (1955)에 대해 말했던 날이다. 그 당시 매년 나는 그에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고, 그는 주저 없이 한 편의 영화를 선택했다. 에리히 본 스트로하임의 , 장 비고의 , 부뉴엘의 , 그리고 그 해에는 를 꼽았다. 상영 후 토크에서 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게 이상적 표본이 된 영화 중 하나다. 이후에 가끔 이 영화를 다시 떠올리면 카메라의 수평운동, 계속되는 카메라의 느린 움직임과 긴 기다림이 기억난다. ‘긴 기다림이 있어야만 이 결말이 믿어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카메라 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