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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파라오의 땅’을 촬영하는 동안 혹스는 파라오가 어떻게 말하고 생각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씁쓸하게 불평했다고 한다. 혹스는 피라미드 건설자들의 노력과 기술적 업적, 군중과 수천 명의 엑스트라를 촬영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시네마스코프를 처음으로 도입해 역사적인 프레스코 벽화를 시도했다. 윌리엄 포크너의 각본, 잭 워너의 과감함 투자로 웅장한 스펙터클의 서사시가 완성됐지만 흥행에는 실패, 그 때문에 4년의 휴가를 보내야만 했다. 그의 복귀작은 탁월한 실내 웨스턴 (1959)이다. 이 작품이 실패작인가에 대해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평가도 달라져, 도리어 많은 사랑을 받는 컬트영화로 자리 잡기도 했다. 가령, 마틴 스콜세지는 길티 플레저로 이 작품을 거론하며 “저는 항상 역사 서사시에 중독되어 있었지만, 이번 서사..
신카이 마코토 영화에서 늘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많은 이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지의 디테일, 가령 빛과 구름, 혹은 비의 세밀한 묘사와 치밀한 화면 설계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촬영 과정이다. 신카이 감독은 촬영 과정에서 직접 색감이나 콘트라스트를 거의 결정한다고 하는데, 그 결과는 의 경우, 아래의 촬영 전과 완성된 컷의 두 장면을 비교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신카이 감독은 게다가 모든 컷의 색을 직접 조정하는 작업을 한다는데… 이런 과정을 촬영감독의 시각에서 접근한다면 어떨까? 오늘 박홍열 촬영감독의 촬영미학 강좌를 흥미롭게 기다리는 이유다. 시네마테크 영화학교 | 촬영미학 Cinematheque Kino Academy 촬영으로 애니메이션 읽기 이번 강좌에서는 촬영의 도구들 - 빛, 색..
곰팡이의 ‘2002년 오디세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이 독특한 영화가 시공간의 광대한 여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고등미생물의 생명의 진화라는 주제, 즉 죽고 재탄생하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낡은 침대가 모노리스라는 말은 아니다. 인간의 드라마를 기대하기 보다는 인간-이후,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쉬울 텐데, 실은 지질학적 상상력에 더 흥미를 느꼈다. 아무튼, 3328년의 연천을 보고 나서 주말에는 우연한 기회에 그곳의 오랜 풍경-아래의 사진-과 다시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굽이치던 임진강 물과 내륙에서는 보기 드문 수려한 경관의 주상절리, 그런 고대적 시간의 풍경과 재회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우연한 방문과 영화 덕분에 그곳에 붙들려 ..
버드 보티커는 수십 편의 B 영화를 만들었고, 복수와 정의의 주제를 결투라는 서부극의 의식으로 가장 단순하고 추상적인 차원으로까지 승화시킨 작가다. 오늘 상영하는 의 매력에 대해서는 서부영화로서도 중요하지만, 폴 슈레이더가 각본을 쓰고 그가 연출한 (1976)와 같이 도심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도 중요한 작품이라 영향력을 말하는 마틴 스콜세지의 다음과 같은 글을 참고하면 좋겠다. “의 외로운 주인공 스콧은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해낸다. 나는 세상이나 만물로부터 홀로 동떨어져 있는 이 영화의 인물을 많은 젊은 배우들에게 레퍼런스로 언급하곤 한다. 서부영화 역사의 정수에 있는 이 방랑자라는 역할은 황야 한복판에서 본인의 의지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낸다. 당신은 방랑자라는 개념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에서 얼..
마를렌 후치예프의 아름다운 영화 는 안토니오니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내게는 동시대 이오셀리아니, 혹은 무라토바나 스콜리모프스키의 영화처럼 시대의 공기를 평범한 일상에서 포착하는 탁월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갑자기 음악을 비집고 나오면 모든 것이 멈추어 선다. 여름 소나기가 내리고 카메라는 모스크바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가사성의 미래를 중단하는 비의 갑작스런 개입은 새로운 감각 경험, 중단-지연의 정신성을 탁월한 기후 감각으로 표현한 흔들리는 현실의 이미지다. 이런 일시 정지의 감각은 영화의 매 순간 개입하는 얼굴들에도 있다. 후치예프는 모스크바 거리의 사람들의 평범한 얼굴을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그림과 동등한 가치가 있는 초상화처럼 포착한다. 시대의 비밀을, 그들의 운명과..
‘이해할 수 없는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독창성이 풍부하고 대담한 개념으로 가득찬 영화’라 찬미한 사무엘 풀러의 (1957)에 대한 고다르의 1957년 비평글에는, 이미 그가 데뷔작 (1960)에서 인용한 그 유명한 장면에 대한 묘사가 있다. 비평과 영화 제작…..고다르의 인용과 관련해 부언하자면, 영화에서 이미지의 인용은 도덕적, 미적, 경제적, 그리고 작가의 권리와 관련한 문제를 야기한다. 고다르는 영화적 영향을 인식해 자각한 세대로, 영화를 보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이미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 여겼다. 그의 영화는 늘 타인의 영상, 타인의 음향, 타인의 말에 의해 활성화되고, 그런 점에서 가 예시하듯, 작가는 가장 모범적인 관객, 혹은 비평가이다. 고다르의 인용은 그러므로 단지 미적 전략이나 예술..
‘검거’라는 영어 제목과 달리, 이 영화의 원제 Szegénylegények는 불쌍한 사람들, 혹은 ‘희망 없는 자들'을 의미한다. 이 제목은 헝가리 푸슈타(대초원) 한 가운데에 있는 기묘한 수용소 또는 강제 수용소에 갇혀 있는 익명의 수감자들을 가리킨다. 모든 공포는 이 대초원의 화창한 하늘 아래에서 일어난다. 얀초는 자신의 주제가 늘 어떤 사람들이 항상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려는 사회 상태에 대한 탐구라 말했는데, 이는 구 공산권 국가만이 아닌 특별한 보편성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사실 현재적이다. 피억압 계급 출신이라고 해도 일단 권력을 잡으면 그들은 변하고 지배 계급이 사용하던 기술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려 한다. 이런 역사 수업은 정치적 무브먼트를 반영하는 영화의 다양한 움직임과 스타일로 표현..
2023년은 와이드스크린 프로세스인 시네마스코프(Cinema Scope)가 도입된지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영화는 탄생 이래로 끊임없이 삶보다 더 큰 스크린을 확장하려 했고, 이 넓고 확장된 와이드스크린의 대중화는 1953년부터 시작되었다. 영화인들은 이 프로세스를 1950~60년대 뮤지컬부터 서부극, SF, 애니메이션, 멜로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에 사용했고, 오토 프레밍거, 니콜라스 레이, 더글라스 서크 등 다양한 작가들이 와이드 스크린으로 실험을 시도했다. 회화의 전통과 닮았고, 자연을 그대로 표현하고, 현실감을 강화하는 효과를 지닌 와이드 스크린은 실물보다 더 큰 화면을 통해 우리 삶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 환경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7월 21..